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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루떼루

lakn 2023. 4. 3. 23:25

글을 쓰고 그린이가 글속에 들어 있는 책이다. 발상이 신선하고 재미있다. 무대에 나와서 등장인물을 소개하고 그들이 말을 하도록 이끄는 변사이면서 극중에 흥을 돋우는 악사, 이 책에서는 산받이라 하는 인물이 바로 쓰고 그린이다.  변사의 말은 검정색 글씨로, 등장인물은 빨간색 글씨로 씌어 있어 대사의 주인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떼루떼루』는 인형극놀이를 책으로 옮겨온 일종의 극본이다.  『떼루떼루』의 원형은 <박첨지놀이> 혹은 <홍동지놀이>이다.『떼루떼루』의 표지에 등장한 인물은 박첨지의 조카인 딘둥이 즉 홍동지인데, 대사 분량이나 속물성으로는 박첨지가 으뜸이지만 보편적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홍동지의 무게감도 적지 않다. 방점을 어디에 두고 상연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두 가지 이름을 가질만하다 하겠다. 이 책의 제목 ‘떼루떼루’는 별 뜻은 없고 흥을 돋우는 추임새 같은 것이라 한다.   꼭두각시놀이는 지역별로 연극상연 별로 조금씩 극의 내용이 달랐을 것이다. 마치 이 책이 저자인 ‘박연철식 꼭두각시’인 것처럼. 큰 틀에서 인간의 속물성을 풍자하지만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사건과 대사에 변화를 주었을 것이다. 전통을 그대로 보전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운 변신도 그에 못지않게 필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등장인물의 면면만으로도 이미 재미있다. 주요 등장인물로는 경박한 허풍쟁이노인으로 명분을 중시하는 허위의식의 인간 전형인 박첨지, 무례하고 버르장머리 없는 그의 손자, 아는 것 없는 지적인체 하는 허풍쟁이 딸, 못 생겼으나 남자들의 인기를 끄는 부인과 가뭄을 초래하고 닥치는 대로 사람과 짐승을 잡아먹는 이무기 이시미, 이시미에게 잡아먹힐 뻔한 박첨지를 구해주는 조카 딘둥이(홍동지)가 있다. 이들 인물의 풍자적 특성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아이콘이 있어 인물의 성격 이해와 재미를 더한다. 지체 높은 체 유식한 체하지만 체통 없는 말과 변사와 등장인물이 주고받는 대사 속 언어유희, ‘정저꿍’,‘우여어’와 같은 음률감 있는 말이 무대 상연을 보는 듯한 현장감을 준다.  책을 읽다가 문득 그림책 한 권에 들인 적지 않은 공력과 시간을 짐작하며 그들의 수고가 값어치 있게 평가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 책은 앞뒤표지를 활짝 펼쳐서 읽어야 제맛인데, 읽기 전에 보면 좋겠다. 단청을 입힌 길다란 이무기를 끌고 가는 뻘건 몸의 장사는 누구이며 왜 끌고 가는지 미리 짐작해 보고 그 답을 찾아가며 읽는 것이다.  

개성 강한 인물로 인간의 속물근성에 일침을 가하는 흥겨운 재담!이야기의 긴장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문답식 반복 구성!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의 작가가 선사하는 한바탕 흥겨운 꼭두각시놀이판이 그림책은 한마디로 박연철 작가식 꼭두각시놀이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작가는 꼭두의 색과 표정을 잘 드러내기 위해 나무의 결과 색을 중시, 붉은 소나무(홍송)를 구해 반입체 목각 인형을 탄생시켰다. 천연 염색을 이용해 배경을 만들었고, 재봉 작업을 더해 캐릭터의 특징들을 살렸습니다. 특히 장면마다 등장인물의 특징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아이콘들을 넣어 해석의 재미를 더했답니다. 또 동음이의어와 반복을 통한 언어들로 오락적인 놀이극의 특색을 강하게 드러내면서 인간의 속물근성을 풍자합니다. ‘대갈통’, ‘똥구멍’ 같은 표현조차 등장인물의 허세와 비속함을 드러내며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 줍니다. 또한 꼭두각시놀이 특유의 가락인 ‘떼루떼루’, ‘우여어’, ‘정저꿍’ 같은 표현들은 등장인물의 등장을 알리며 이야기에 한층 생기를 불어넣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