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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악이

lakn 2024. 2. 20. 13:45


미용실이나 간혹 음식점 간판을 보면 자신의 이름을 걸어 놓은 가게들이 있다. 이런 경우엔 문지방을 넘어 서기 전부터 우선 기대감이 생기게 된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이니 커트 실력이 더 좋지 않을까, 혹은 갈비 맛이 혀에 착착 달라붙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타이틀로 한 작품을 보면 책장을 얼른 넘겨보고 싶다. 그 인물에 대한 인간적인 호기심이 독서의 재미보다 우선한다. 어떻게 생겼을까, 그는 나와 어떻게 다를까, 무슨 고민을 할까 등등. 문학 작품인 경우 인물이 가지고 있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다. 아무리 배경 묘사가 훌륭하고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 인물이 살아있지 않으면 김이 빠지고 만다. 반대로 신통치 않은 스토리 전개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그럴 듯하면 일단 끝까지 읽기는 한다. 어설픈 구성에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말이다. 작가의 숙명은 한 시대를 대표할 인물을 탄생시키는 데에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소위 고전을 생각해 보자. 작가의 이름보다 작중 캐릭터가, 혹은 이름이 먼저 떠오른다. 평생을 거쳐 걸출한 인물상을 만드는데 성공했다면 그 작가는 성공한 것이다. 그 주인공은 또한 작가의 분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춘악이는 어린이책의 주인공으로는 보기 드물게 개성이 뚜렷한 인물이다. 일단 성격이 흐릿하지 않고 분명하다. 열 살 남짓한 나이지만 할 말은 다한다. 어른들 앞에서라도 옳다고 생각되면 거침이 없다. 버릇없어 보인다는 것은 어른들의 기준일 뿐 춘악이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4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고리타분하지 않고 술술 읽히는 이유는 우선 춘악이라는 캐릭터를 맛깔나게 표현한 작가의 힘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춘악이가 이렇듯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진 데에는 그를 뒷받침해주는 탄탄한 구성이 한몫을 한다. 또한 소재 선택의 진정성도 눈여겨 볼만하다. 그 당시 우리나라 시골 마을의 전형적인 모습을 담고 있기는 하나 소재의 선택이 다른 작품과는 달라 보인다. 색다른 소재라기보다는 다룬 솜씨가 좀더 매끄럽다고 해야 할까. 동네를 지켜주는 할배, 할매 나무의 이야기도 그렇고 문둥병 아줌니 이야기도 그렇다. 동네 를 푸근하게 지켜주는 신령님과도 같은 나무의 이야기가 글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춘악이를 비롯한 동네사람들은 나무에 의지하기도 하고 그로인해 서로 상처를 주고 아파하기도 하지만 결국엔 모두를 감싸준다. 수백 년 먹은 나무의 넓은 팔은 마을 사람들의 삶을 어루만져주고 다독여 준다. 이야기를 좀 더 실감나게 해 주는 데에는 사투리의 역할이 크다. 춘악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는 이유는 입말에서 우러나는 진심에 있다. 깔끔한 서울 말씨를 쓰는 춘악이는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서울말은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꾸미지 않은 본 내를 드러내기에는 사투리만한 것이 없어 보인다. 춘악이는 건강한 케릭터이다. 주변의 환경이 넉넉하고 풍성하지는 않지만 그 곳에는 사람들의 정이 듬뿍 담겨있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있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이 있다. 그리고 동네 어른들과 춘악이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항상 함께 한다. 그들과 함께 힘든 세상을 묵묵히 이겨내는 손바닥만 한 밭뙈기와 송안치 한 마리도 있고 밤길을 지켜주는 할매 나무도 있다. 세상과 야합하는 묙심 많은 어른이 있기는 하지만 춘악이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렇듯 얽히고설키고 가끔은 눈살이 찌푸려지는 곳에서 춘악이는 살아간다.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듯이 주변에 모범적인 어른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힘은 있어야 한다. 춘악기는 그러한 힘을 지닌 인물이다. 아이답지 않은 당당함이 간혹 설정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는 그러한 춘악이 모습에서 시원함을 넘어서 통쾌함을 느꼈다. 나쁜 어른을 순수한 마음으로 꾸짖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아이들밖에 없을 지도 모르겠다. 춘악이를 무엇에 빗대어 볼 수 있을까? 너무나 애틋해서 그냥 보기 안쓰러운 몽실이는 아니고, 자신의 아름다움과 연약함을 무기 삼아 왕자를 기다리는 공주는 더더욱 아니고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우는 ‘하니’와 비슷할까. 춘악이는 누구에 빗댈 수 있는 인물이 아니고 그냥 춘악이로 족하다. 책을 읽는 내내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춘악이라는 인물에 대한 애틋함은 가시질 않는다. 밤길이 무서워 걸음을 재촉하면서도 염소 울음소리를 외면하지 못하는 춘악이가 기특하고 바람난 만수 아버지를 찾아 가자는 모습을 보면서는 웃음도 났다. 욕심 많은 창해아버지가 미워서 창해마저 벌 받기를 빌지만 물에 빠진 창해를 구하는 춘악이의 모습을 보면서는 눈물이 나기도 했다. 춘악이와 함께 울고 웃는 시간이었다. 내 아이들의 마음도 이랬으면 좋겠다. 꾸밈도 없고 욕심도 없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할 말 똑 소리나게 하고(그럼 말 대답한다고 혼내면 안 되나?) 오지랖 넓은 사람이 복도 많다고 춘악이 할머니가 그러셨나. 나 살기 바빠 주변 사람 사는 것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요즘 사람들에게 이제는 오지랖 좀 넓히고 살자고 해야겠다. 물론 나부터 말이다.
학골 곳곳을 누비는 야무지고 당찬 골목대장 춘악이. 춘악이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 아동문학에서 보기 드문 본격 성장 동화 베짱이 할아버지 로 제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은 작가 김나무 씨가 두 번째 장편 동화를 선보인다. 경상도와 전라도의 경계 지역에 있는 한 외딴 섬마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을 춘악이 라는 개성넘치는 열 살배기 여자 아이의 눈으로 보여주고 있다. 치마저고리를 입고 책보를 두르고 있지만 춘악이 는 지금도 반에, 또는 동네에 한 명씩은 있을 법한 야무지고 당찬 여자아이이다. 여기저기 끼어들기 좋아하지만, 몇몇 에피소드를 통해 이 모든 것이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깜찍하고 귀여운 참견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아름다운 사계절의 변화를 따라 섬마을 곳곳에 예쁜 추억으로 물든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얼굴이 정감 어린 수채화의 그림 속에 고스란히 살아 있다. 이것저것 꼬치꼬치 조목조목 따지는 모습이 얄밉다가도 금세 허허 웃게 만드는 춘악이를 따라 1940년대의 그 시절로 함께 가보자.


작가의 말 - 다 함께 행복해지는 세상


골목대장 춘악이

조개잡이 다녀온 날

부자가 될 거야!

와, 송아지다!

사라진 할매 나무

초롱불을 밝혀요

창해야, 미안해

할매나무의 선물


추천의 말 - 개성적 인물 춘악이의 힘

 

어쩌다 연인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로맨스 소설 주제를 재밌게 보는 편이라 그 설정 때문에 이 소설을 결제했는데,,, 여자 주인공이 너무 4차원스러운 캐릭터라 다소 보기 힘들었어요. (자꾸 외계인이 어쩌니 이런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는데 솔직히 그다지 이해가 가는 설정은 아니었다 싶네요...) 삽질 스토리도 꽤 흥미롭게 보는 편인데 이 소설의 경우에는 주인공이 지나치게 순진하다 싶어서 오히려 답답했어요. 나중에는 도저히 정상적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여주의 엉뚱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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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언젠가

나의 일본 소설은 무라카미하루키와 요시모토 바나나로 시작하여 에쿠니가오리에서 초절정을 이루다 오쿠다 히데오와 다시 하루키에서 시들해졌다. 일본소설은 개인적으로 느끼는 그 냄새가 있는데 어느순간부터는 그 냄새가 지겨워졌다가 한국 소설이 더 재미있고 흥미로워졌다. 아주 잠시 잊고있던 일본소설을 요즘 다시 잡아보니 내가 한때 좋아했던 그 냄새가 식상함이 없어진채 내게 다가온다. 한때 절정으로 좋아했던 [냉정과 열정사이]의 에쿠니의 남자 츠지히토나리.[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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