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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8 메갈리아가 혐오를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전제하고 있는 윤리적인 당위, 즉 혐오를 줄이는 게 타당한 일이라면, 메갈리아에 승인된 권위에 대한 논박을 통해 발화자의 권위를 교란함으로써 혐오를 줄여가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혐오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냥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인 이들"에게는 매우 반갑고 감사해야 할 일일 것이다.신문보다는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는 나에게 메갈리아는 다른 사람들이 다차적으로 퍼나르는 찌라시 같은 정보로 먼저 다가오게 됐는데 역시 가장 강렬한 표어는 여자 일베였다. 난 그래서 도대체 무엇이 그들과 일베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게 했나 하여 겸사겸사 이 책을 구매하기로 결심했다. 보통 책을 읽다보면, 2D 페이지에 적혀있는 글귀와 3D에 있는 내가 관통되어 완전한 이해를 도와주는 문장이 있는데, 나에게는 바로 위의 문장이 그러하였다.이 책은 혐오에 대한 권위자로 보이는 몇몇 인물들의 말을 인용하고 또 사례를 제시해 이해를 돕는데 여기서 말하는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었다. 우리 사회가 아직까진 남성편중이며 여성이 그에 억압을 받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가 메갈리아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갇게 된 것은 저러한 연유(p98)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들이 그토록 부르짖는 미러링 때문이다. 자신들을 약자라고 칭하는 그들이 꺼내든 무기가 양날의 검이라는 것을 모른다. 면죄부와 같이 주어진 그 이름 아래에서 일부 남성들이 저질러온 악행을 고스란히 돌려주고 있었다. 폭행에 있어 피해자와 가해자가 나뉜다면 청자들의 마음은 당연히 한쪽으로 기울지만, 피해자가 가해자와 똑같이 칼을 들고 나선다면 여론은 얼마든지 변할 여지가 있다. 쉽게 말하자면, 내 생각에는 너무 나갔다. 취지는 좋은데 그렇다고 그 흙탕물 속에 같이 들어가서 뒹굴었어야할까싶다. 흑인 해방 운동으로 유명한 마틴 루터킹을 보아라, 그가 흑인들이 당했던 것처럼 백인을 무차별적으로 죽이며 노벨 평화상이라는 업적을 이뤄냈는가? 만약 진정으로 여성들을 위한 인권 운동이었다면 적어도 빛의 영역에서 활동했어야지 그런 식으로 그림자처럼 있어서야 "혐오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냥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인 이들"에게서 매우 더럽고 일베 같다는 말을 듣게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메갈리아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여성혐오의 한국사회, 가장 논쟁적 키워드 메갈리아

그들은 ‘여자 일베’인가?
그들의 ‘미러링 스피치’는 무엇이었는가?
반란적 발화로서 메갈리아의 실천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2015년 봄, 메르스 바이러스 사태라는 우연한 계기로 등장한 메갈리아는 극심한 여성혐오에 전례 없는 방식으로 반격해 수많은 화제를 낳았다. 이 책은 메갈리아라는 새로운 주체의 탄생과 더불어 그들의 독특한 저항 방식인 ‘미러링’이라는 언어 행위를 분석하고, 그들을 향해 제기되는 다양한 주장과 논증을 검증 및 반박하고자 쓰였다. 누군가는 말한다. 메갈리아 이전에는 남성과 여성이 대립하지 않고 평화로웠다고. 또 더 많은 사람이 이렇게 생각한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든’ 혐오발언으로 ‘평지풍파’를 일으킨 메갈리아는 덮어놓고 비난해 마땅한 반사회적 단체라고. 하지만 이는 틀렸다. 이 책에서 저자는 언어철학자들의 다양한 연구를 장마다 활용해 이러한 몰이해를 극복하고 메갈리아라는 ‘운동’을 제대로 이해하는 길을 열고자 한다. 왜 메갈리아 이전에는 ‘평화로워’ 보였는가? 메갈리아는 여성혐오자들과 똑같은 ‘남성 혐오’ 단체인가? 메갈리아의 운동은 어떤 효과를 가져왔으며 이는 어떻게 ‘힘’을 가질 수 있었는가? 관련 연구자들의 다양한 논의를 인용하면서 저자는 이런 질문들에 대답하고, 동시에 ‘메갈리아는 여자 일베다’, ‘메갈리아는 소수자 혐오 집단이다’, ‘메갈리아가 여성혐오를 더 심화한다’는 등의 비판들을 검증한다.



들어가며
1장 메갈리아의 등장
침묵당하는 여성들
발화 가능성은 곧 권력이다
무엇이 여성을 ‘발화불가능’하게 만드는가

2장 여성혐오는 무엇을 선동하는가
혐오발언은 어떻게 코르셋이 되는가
인지 호소: 김치녀가 존재한다는 것을 믿어라
욕망 호소: 개념녀가 되기를 욕망하라
정서 호소: 김치녀를 혐오하라

3장 메갈리안, 그들은 누구인가
여성은 말할 수 있는가?
남성은 왜 말할 수 있는가?
반란적인 발화: 침묵을 깨고 반격하기

4장 메갈리아는 일베와 똑같은 혐오집단인가?
미러링은 혐오발언인가?
남성 혐오는 성립하는가?

5장 메갈리아로 인해 혐오가 더 심해지지는 않을까?
파생된 권위: 혐오는 어떻게 힘을 얻는가
권위의 승인: 청자의 묵인이 낳는 혐오
방관은 왜 공모인가
‘선한’ 남성들은 왜 ‘일반화’당하는가

6장 메갈리아는 소수자 혐오 집단일까?
메갈리아는 성별 이분법을 강화하는가?
메갈리아의 동성애혐오 표현은 정당한가?
소수자 혐오의 구조적 교차성: ‘병신년’이 겨냥하는 것
게이 커뮤니티는 여성혐오 집단인가? 
정치적 교차성: 소수자운동이 빠지는 함정

7장 메갈리아가 이루어낸 것
혐오발언 전유하기: 김치녀 그거 완전 칭찬 아니냐?
말대꾸하기: 혐오발언에 맞서는 최고의 전략
언어의 전유와 말대꾸를 넘어: 자유로운 평등은 가능한가

나가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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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해설
이 책에 소개된 학자들
저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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