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도둑 맞은 미래

lakn 2024. 1. 29. 08:12


테오 콜본, 다이앤 듀마노스키, 존 피터슨 마이어가 쓴이 책은 이들이 오대호 연안의 동물 생태를 조사하던 중 동물들의 이상행동을 알아채고 원인을 밝혀내는데 착수해 환경호르몬이 순환한다는 것을 밝혀낸 것을 정리해서 펴낸 것이다. 사실 이 저자들은 조금 특이한 조합으로 되어있는데 테오 콜본과 존 피터슨 마이어는 동물학자이고, 다이앤 듀마노스키는 <보스턴 글로브>지에글을 투고하는 환경전문 저널리스트이다.자칫 어려울 수 있는 학술적인 성격을 띠는 책이지만 다이앤 듀마노스키가 저널리스트인 덕분인지 위트있게 설명하여 내용이 너무 어렵지는 않다. 이 책은 우리가 몰랐지만 꼭 필요한 정보를 주고 환경호르몬이 치명적일 수 있음을 알려준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환경호르몬이 뭐지?’ 그러면 돌아오는 대답은 주로 다이옥신이나 새집증후군과 같은 단편적인 대답이다. 환경호르몬이 우리의 삶과 직결될 수 있다. 하지만 전쟁이나 경제 등 여타 문제들과는 달리 멀게만 느끼는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고 오랜 기간에 걸쳐 영향력이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환경호르몬에 대한 어떤 영향력을 느꼈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환경호르몬이 어떻게 이런 영향을 나타낼 수 있는지 알아보자. 내분비계는 호르몬과 내분비선, 수용체로 구성되어 우리 몸을 정확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한다. 이 내분비계는 아주 미세한 양으로 온 몸을 조절하기 때문에 조금만 많거나 적어도 여러 가지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환경호르몬은 수용체와 상호작용하는 부분이 호르몬과 유사하다. 그래서 실제로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인체는 호르몬이 분비되었다고 인식해 내분비계를 교란시키는 것이다. 그나마 이 물질은 지방에 녹아있을 확률이 높아 농축될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은 미국과 유럽 각지에서 환경호르몬에 의해 일어난 이상현상 사례들을 설명하면서 위험성을 보여주는데 한 예로 DDT와 같은 살충제로 인해 동물들의 번식력이 떨어져 독수리나 악어, 바다표범, 돌고래의 개체수가 엄청나게 줄었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하지만 이 저주는 단지 독수리나 악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생태계의 특성상 인간은 상위에 위치한 동물이기 때문에 이 환경호르몬이 쌓이고 쌓여 더 많은 양이 인간의 몸에는 농축되기 때문이다. 그 예로 덴마크 코펜하겐의 고등학교 학생들이 관찰한 정자의 기형을 보여준다. 그 외에도 1950년대까지 모든 임산부에게 섭취하도록 장려되었을 뿐만 아니라 홍조, 여드름 등의 치료제나 성장억제제로까지 사용된 DES(디에틸스틸베스트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 DES를 섭취한 여성이나 그 자식들은 생식기 기형이나 각종 생식기 암에 걸릴 확률이 DES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보다 몇 배는 높았다. 뿐만 아니라 DES는 인간 행동에도 영향을 줘서 성적 지향성을 바꿔놓기도 했다고 한다. 대다수의 남성들은 여성에게 끌리고 대다수의 여성들은 남성에게 끌리는데 이는 생식을 가능하게 하게끔 진화가 만들어 놓은 상식적인 장치이다. (중략) 하인즈는 DES에 노출된 여성들과 노출되지 않은 그들의 자매 혹은 다른 여성들을 비교할 몇 가지 연구들을 모았고 출생 전 DES 노출과 동성애 혹은 양성애 기질 사이에 관련이 있음을 발견했다. (중략) 밥 테스트 결과 DES 여성들의 24%는 평생 지속되는 동성애나 양성애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중략) DES 여성들이 육아에 관심을 덜 보였다는 보고도 있었으며, 출생 전 Des에 노출된 남성과 여성들이 불안, 거식증, 공포 장애와 같은 정신과적 질환 뿐 아니라 높은 비율의 우울증을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중략) DES의 경험은 DES에 노출된 이들 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관계 있는 중요한 교훈을 제공했다. 발생에 미치는 DES의 효과는 인체가 인공 화학 물질을 호르몬으로 오인할 수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었다. (page 87~89)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고등학교 때 과학 선생님이 보여주셨던 다큐멘터리가 생각났다. SBS스페셜 ‘환경호르몬의 역습’ 2부작이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서 다시 시청해 보았다. 여기서 생리통이 심한 사람은 자궁내막증이란 병이 있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면역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생긴 이 질병이 발생할 확률은 환경호르몬과는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자궁내막증이 있는 여자들에게 환경호르몬이 많게는 3배까지 있었던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환경호르몬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성인보다는 태아기나 유아기에 더욱 크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요도하열이라는 질병을 설명한다. 요도하열이란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 에스트로겐 유사 환경호르몬에 노출되었을 때 생식기가 완전하게 남성화하지 않고 약간 여성화하는 질병이다. 또는 아동기에 노출된 환경호르몬에 성 조숙증에 걸린 여자아이의 가슴이 발달하거나 조기월경이 시작되는 경우도 설명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를 다시 보고 나니, 내가 좋아했던 TV외화 ‘닥터 하우스’의 한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아버지가 환경호르몬에 다량 노출된 후 아이들과 놀아줬을 때 그 아이들이 성 조숙증의 징후를 보였다. 남자아이는 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여자아이는 4살이었는데 월경을 시작했다. 그 때에는 그냥 깜짝 놀라고 말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매우 심각한 일이다. 어떤 환경호르몬 전문가는 “우리는 11시 55분을 살고 있다. 5분 후면 끝이다.”라고 말했다. 그 말처럼 환경호르몬은 인류의 존속에 크나큰 위험을 끼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플라스틱 없이는 살기 힘든 사회에 살고 있다. 하지만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는 데는 아주 조금의 노력만이 필요하다. 플라스틱 반찬그릇 대신 유리그릇을 사용하고 가루 세탁세제 대신 천연 비누를 만들어 쓰는 것(섬유유연제는 쓰지 않기), 그리고 채식 위주의 식사습관을 들이면 환경호르몬에 대한 노출도가 급격히 감소한다고 한다. 세상을 바꾸는 일, 어렵지 않다. 그저 한 발자국이 힘들 뿐이다.
30년 전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Silent Spring 에서 잔류 화학물질들이 자연계를 어떻게 오염시키는지와 이 물질들이 우리 몸에 축적되는 방식을 보여줌으로써 인공 살충제가 만들어낸 시급한 위험들을 경고했다.

도둑 맞은 미래 는 여러 면에서 침묵의 봄 의 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 책은 1950년대 이후 급격히 늘어난, 야생동물들의 생식기 결함, 행동 이상, 생식 기능 손상, 새끼들의 죽음, 그리고 동물 집단의 갑작스런 절멸에 대한 보고서들에 주목한다.

이 보고서의 행렬은 결국 1992년 코펜하겐 대학의 닐스 스카케벡의 발표로 이어진다. 이 보고서는 인간 정자수의 급격한 감소, 고환암 발생률의 급격한 증가, 비정상적인 형태의 성기나 고환을 가진 신생아들에 대한 보고로, 모든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책은 광범위한 인공 화학물질들이 섬세한 호르몬 시스템을 어떻게 저해하는지를 생생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우리는 이 화학물질들이 어떻게 손상을 입히는지, 얼마나 많은 합성 화학물질들이 그런 특성을 가지는지, 우리와 아이들이 어느 정도로 노출되었는지 알기 위해서 이 연구를 더욱 확장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