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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일러스트를 보고 한참동안 웃었던 기억이 난다.약속 시간을 기다리며 들린 중고책방에서 발견한 흔치 않은 책 이었다. 이 책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지에 장기간 연재되었던 칼럼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사랑 에서부터 세대갈등 까지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대상 을 주제로 정신분석적 해석을 풀어놓는다. 나는 평소 정신분석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개인이나 문학/영화, 사회현상에 정신분석학을 적용하는 시도는 언제나 설득력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정신분석을 다룬 책은과하게 어렵다 는 단점이 있다. 상상계, 상징계, 시니피앙, 대상a,주이상스,대학담론 등 용어들이 익숙치않다. 철학서적에 정통하다고 해도 정신분석과 공유하는토대가 작아서이해가 쉽지 않다.정신분석을 다룬대중서적의 성패는용어 설명을얼마나 쉽고 간결하게하는 지에 따라 달려있다. 용어 설명이 부족하면내용이 과하게 어려워져다 읽기도 전에 덮어버리거나 라캉, 프로이트를 다룬 다른 철학서를 찾아봐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그렇다고 용어 설명에 치중하면 분석의 깊이가 부족해진다.이 책의 경우는 두 균형 사이를 잘 맞춘 편이다. 특히 멘토현상 을 다룬 백상현의 글이나정지은씨의 사랑 을 주제로 한 글, 삶의 방향 에 대해서쓴김서영씨의 마지막 장은 호소력이짙다. 이 글들은 공통적으로 정신분석의 진리 를말한다. 정신분석과 심리학이 확연히 다르듯, 정신분석의 진리 는심리학적 행복 과 거리가 멀다. 정신분석의진리는 되려 불행에 가까운 상태다. 저자들은우리 삶을안정시키는하나의 기준은 없으며(멘토현상), 사랑은 안정이 아닌 자신의 결여의 재확인속에 고통스레이어나가는 것이며(사랑),알 수 없는 자신의 욕망을 끊임없이 찾아 나가는 게 삶의 목표(삶의 방향)이라고 말한다. " 따라서 우리는 멜랑콜리의 정서가 매혹을 통해 지탱될 수 있도록 자신을 훈련해야 한다. 세계의 우울에도 불구하고 그 텅비어 있음을욕망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 이것은 단지 고독을 견뎌내는 훈련이 아니라 고독의 한 가운데서 출현한 사물을 자신의 정체성을 비워내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다."(p.31~32)"욕망의 주체는 항상 결여 속에 있는데, 이는 주체의 욕망이 도달 불가능한 타자의 욕망이기 때문이다. 또한 주체는 영원히 만족할 수 없기에 행복할 수 없는 주체이다. 타자의 욕망은 결여의 주체가 실재와 조우하는 것을 피할 수 있게 해주는 방패막이가 되기도 한다. 주체는 실재와 가까워졌을 때 불안을 느끼며, 불안의 감정은 치명적인 실재와 조우를 알리는 일종의 경계 경보라고 할 수 있다."(p.90~91)"자신의 환자들에게 정신분석의 목표는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기 보다는 히스테리적 비참을 일상의 불행 정도로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것은 감당할 만한 불운을 뜻하며, 어떤 괴로운 상태에서도 에로스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의 사건을 히스테리적 비참에서 일상의 불행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은 욕망의 서사 속에서, 절멸의 방향성으로부터 삶의 방향성으로 인생의 축이 변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p.230)
노답’ 헬조선에 던지는 사이다 같은 정신분석!
한국 사회의 멘탈을 낱낱이 파헤치며 우리 삶을 바꿀 진단을 내리다!

‘지옥불반도’에서 살아가는 이 땅의 청년들은 취업난과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청년들은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를 넘어,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는 물론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칠포세대’로 불린다. 그리고 포기해야 할 것들의 종류는 점점 늘어만 간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흙수저’ 신세를 면치 못할 청년들은 답을 듣고 싶은 마음에, 이른바 ‘멘토’라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진정제 맞듯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멘토의 말에 안도하는 것도 잠시, 또 다시 탈탈 털린 멘탈을 안고 각자 알아서 생존을 모색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이게 바로 ‘헬조선’의 현 주소다. 이젠 지진까지 우리 삶을 위협하니 ‘탈조선’을 꿈꾸는 청년은 늘어만 간다. 헬조선을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은 그만큼 한국 사회가 얼마나 불안하고 살아가기 어려운 곳인지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도 정신분석이 필요한 게 아닐까? 모두 멘탈이 탈탈 털려 힘들고 괴로워한다면, 개인의 정신분석이 아니라 사회의 정신분석을 시도해야 하는 건 아닐까? 사회 현상은 사회학자가 분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라면 이런 질문이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정신분석은 무의식을 탐색하는 작업이고, 무의식은 언제나 타인에게서 나온다. 그래서 정신분석가는 개인의 분석에 그치는 게 아니라 사회 또한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헬조선의 온갖 현상을 ‘증상’이라는 격자로 들여다볼 때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헬조선에는 정신분석: 노답 한국 사회의 증상 읽기 는 그야말로 ‘노답’, 답이 보이지 않는 한국 사회를 정신분석의 시선으로 예리하고 섬세하게 살피고 있다. 한국라깡과현대정신분석학회에 속한 한국의 대표적인 정신분석학자 9명이 총 11개의 주제를 가지고 한국 사회의 증상을 탐색한다. 멘토 열풍, 공부를 강요하는 사회, 형님 아우를 따지는 인간관계, 사랑이 어려워진 시대의 사랑, 외모 강박, 돈을 향한 집착, 권력에 대한 우리의 모순적인 태도, 반사회적인 폭력 범죄, 세대 갈등, 불안을 해소할 사회적 안전망, 진정한 자신을 찾는 여정으로서의 정신분석 등 이 주제들은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무척 시급한 사안이다. 헬조선에는 정신분석 은 우리 사회가 드러내는 다양한 증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라 답답하던 이들에게 시원한 사이다 같은 책이 될 것이다.


들어가며: 한국 사회의 증상을 탐색하는 다양한 시선

‘한없이 가벼운 존재’의 매혹: 정말 멘토가 필요할까? | 백상현
고독을 선물하는 사람, 멘토
호퍼, 텅 빈 풍경의 매혹
불안이 건강하다?
라캉, 참아야 하는 ‘존재의 가벼움’
유령과의 조우
바디우, 증상 또는 사건의 매혹
다시 호퍼의 그림을 바라보며

무엇을 알 것인가?: ‘경험의 빈곤’과 ‘정신적 쇠약’에 대처하는 정신분석적 공부법 | 김소연
온 국민이 공부해야 하는 시대
공부의 과잉, 경험의 빈곤
공부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증상들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 ‘대학 담화’의 덫
지혜 없는 지식, 헛도는 세상
스스로를 알지 못하는 지식
공부, ‘가지고 하는 법을 아는 것’

우리는 수평적인 관계를 (얼마나) 원할까? | 이성민
문제의 일반성
이른바, 한두 살 나이 차
‘개인 생활의 민주화’
퇴행
언어, 그리고 선악을 넘어서

왜 사랑하기가 점점 힘들어질까? | 정지은
사랑이 어려운/불가능한 시대의 사랑
결혼, 제도라기에는 너무나도 비즈니스적인
사랑은 나의 ‘결여’를 돌려주는 것
내게 없으므로 네게 구하는 것, 대상 a
서로에게 되돌아오는 사랑을 위하여

불안에서 향유로: 행복한 자아로 가는 길 | 정경훈
외모 불안에서 벗어나기란 왜 이리 어려울까
주체, 자아, 외모 욕망
무엇이 외모 욕망을 구성하는가
외모 욕망은 향유와 어떻게 다른가
외모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왜 한국인은 그렇게 돈에 집착할까? | 김석
한국 사회의 증상, 돈
돈은 똥이다? 더러우면서 숭고한 돈
돈은 ‘남근’이다
돈과 물신주의
돈의 인문학이 필요한 시대

권력의 자리를 바라보는 두 입장: 왜 대통령을 아버지처럼 생각할까? | 김석
수령과 대통령: 지도자에 대한 대중의 숭배
권력의 기원: 살해된 아버지
예외적 주권자의 자리
구멍 뚫린 깃발: ‘전체 아님’의 자리
‘가짜 아버지들’을 죽여라: 정치적 가능성의 조건

반사회적 폭력 범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 이만우
반사회적 폭력 범죄, 그 심리적 발생
정신분석으로 바라본 폭력 범죄
‘형태 없는 불안’의 배설
잃어 버린 것을 찾으려는 도착증자의 분열
조증 문화의 탄생: 상보적 대인관계 형성의 걸림돌
폭력 범죄를 바라보는 두 가지 도덕주의
폭력 범죄의 가해자들과 함께 살아가기

세대 갈등: 절망한 청년들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 홍준기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사이의 오이디푸스적 갈등
(신)자유주의가 낳는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세대 문제
오이디푸스의 아버지들은 아직도 힘이 세다
세대 간 정의의 실현을 위하여

불안: 우리는 왜 ‘충분히 좋은 엄마’ 또는 ‘사회적 국가’를 필요로 하는가 | 홍준기
정신분석학은 과연 사회에도 관심을 쏟고 있는가?
라캉 이론의 맹점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불안을 극복하게 해 줄 ‘ 충분히 좋은 엄마’
우리에겐 ‘충분히 좋은 국가’ 또는 ‘사회적 국가’가 필요하다

행복을 향한 삶의 방향성을 찾아서: 우리는 어떻게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을까? | 김서영
‘행복한 사람’의 형상, 성숙한 전문가
어머니의 욕망, 그 악어의 이빨에서 벗어나는 법
대양적 감성을 회복하는 길
이자관계를 넘어 세상 속으로
정신분석은 휴머니즘이다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되는 길을 찾아서